영화 <게이샤의 추억> 따라 떠나는 교토 촬영지 순례: 신비로운 붉은 도리이의 향연, 후시미 이나리 신사

“내 슬픔은 마치 물에 번지는 먹물과 같아서, 점점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해 갔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 속 어린 치요의 독백처럼, 때로는 슬픔과 희망이 교차하는 강렬한 순간들이 우리 삶의 깊은 인상을 남기곤 합니다. 2005년 개봉하여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아름다운 영상미와 함께 베일에 싸여 있던 게이샤의 삶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특히 영화 속 가장 아이코닉한 장면으로 손꼽히는, 수천 개의 붉은 도리이가 끝없이 이어지는 신비로운 길은 많은 이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는데요. 바로 이 장면의 실제 배경이자 영감의 원천이 된 곳이 바로 일본 교토에 위치한 후시미 이나리 신사(伏見稲荷大社)입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교토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정교한 거리나 건물 내부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대규모 세트장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망하기엔 이릅니다! 후시미 이나리 신사만큼은 영화의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기 때문이죠. 마치 영화 속 주인공 ‘사유리’가 된 듯, 붉은 도리이가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향연 속으로 함께 떠나볼까요? 교토 여행을 계획 중이시라면, 혹은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여운을 간직하고 계신 분이라면 이번 포스팅을 주목해 주세요!

1. ‘오이나리상’과 여우의 신비: 후시미 이나리 신사 이야기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일본 전국에 무려 3만여 개가 넘는 이나리 신사의 총본궁, 즉 본점과 같은 곳입니다. 교토 시민들에게는 ‘오이나리상’이라는 친근한 애칭으로 불리는데요. 원래 이나리 신은 풍년을 기원하는 농경의 신이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 사업 번창, 가내 안전, 교통 안전 등 다양한 소원을 들어주는 만능 신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마치 우리네 동네 어귀의 오래된 당산나무처럼, 교토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한 친근하고도 영험한 존재라고 할 수 있겠네요.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방문하면 유독 눈에 띄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여우(狐, 키츠네)입니다. 신사 곳곳에서 입에 벼 이삭이나 열쇠, 두루마리 등을 물고 있는 다양한 표정의 여우 석상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는 여우가 이나리 신의 사자(使者), 즉 신의 뜻을 전하는 메신저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여우 신사’라는 별칭으로도 더욱 유명하답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여우 조각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곳을 즐기는 또 하나의 재미 포인트입니다!

2. 영화 속 명장면을 현실로: 센본도리이(千本鳥居)의 붉은 물결 속으로

<게이샤의 추억>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어린 ‘치요’가 자신의 불안한 미래와 한 줄기 희망을 동시에 품은 채 붉은 도리이가 끝없이 이어진 터널을 달려가는 장면일 것입니다. 강렬한 붉은색과 빛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분위기는 영화 전체의 미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었죠. 바로 이 장면의 실제 배경이 된 곳이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센본도리이(千本鳥居)입니다.

‘센본(千本)’은 ‘천 개’라는 뜻이지만, 실제로 후시미 이나리 신사 전체에는 크고 작은 도리이가 약 1만 개 이상 늘어서 있다고 하니, 그 규모가 정말 어마어마하죠? 이 붉은 도리이 터널은 산 정상까지 구불구불 이어지며 장관을 연출합니다. 마치 붉은 용이 승천하는 듯한 강렬한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도리이들은 개인이나 기업이 소원 성취에 대한 감사 또는 앞으로의 소원을 기원하며 봉납한 것들인데요, 각각의 도리이 기둥에는 봉납한 사람의 이름과 날짜가 검은 글씨로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햇살 좋은 날, 이 붉은 도리이 사이로 햇빛이 스며들 때 만들어내는 빛과 그림자의 오묘한 조화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마치 현실 세계와 다른 차원의 세계로 들어서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선사하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곳곳이 바로 인생샷 스팟이 되는 마법 같은 공간이기도 합니다.

3. 센본도리이 너머, 숨겨진 매력 탐방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매력은 센본도리이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조금 더 시간을 투자하면 더욱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답니다.

• 본전(本殿) 및 주요 건물: 신사의 중심이 되는 본전은 중요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건축미를 자랑합니다. 이곳에서 조용히 소원을 빌거나, 독특한 디자인의 부적을 구입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 귀여운 여우 모양 에마(絵馬): 소원을 적어 신사에 매달아 놓는 나무판을 ‘에마’라고 하는데요,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에마는 특별하게도 여우 얼굴 모양으로 되어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직접 여우 얼굴 표정을 그려 넣어 세상에 하나뿐인 자신만의 에마를 만들 수 있습니다. 창의력을 발휘해 재미있는 여우 얼굴을 완성해 보세요!
• 소원을 시험하는 오모카루이시(おもかる石): 신사 안쪽에는 한 쌍의 석등 앞에 놓인 둥근 돌, ‘오모카루이시’가 있습니다. 이 돌 앞에서 먼저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고 돌을 들어보세요. 만약 돌을 들었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가볍게 느껴진다면 소원이 이루어질 징조이고, 반대로 무겁게 느껴진다면 소원 성취까지 아직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재미있는 점을 볼 수 있습니다. 과연 여러분의 소원은 가볍게 들릴까요, 무겁게 들릴까요?
• 이나리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상쾌한 등산로: 센본도리이를 지나 계속해서 길을 따라 올라가면 이나리산(稲荷山, 해발 233m) 정상까지 이어지는 등산로가 나타납니다. 신사 전체를 꼼꼼히 둘러보고 정상까지 다녀오는 데는 약 2~3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중간중간 작은 신사들과 아기자기한 찻집들이 있어 잠시 쉬어가며 교토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교토 시내의 풍경 또한 일품입니다!

4. 후시미 이나리 신사 방문, 이것만은 알고 가자! (꿀팁 대방출)

영화 <게이샤의 추억>의 모든 장면이 교토에서 숨 쉬고 있는 것은 아닐지라도,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센본도리이가 선사하는 압도적인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분위기는 영화의 감동을 현실에서 생생하게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붉은 도리이 사이를 천천히 거닐며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특별한 경험, 그리고 이나리산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교토의 자연을 느껴보는 즐거움까지! 교토 여행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꼭 방문해 보시길 바랍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도리이 터널처럼, 여러분의 교토 여행에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가득 채워지기를 응원합니다!